부모가 자식에게 바라는 것
부모가 자식에게 바라는 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바램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는 것인 것 같고,
또 형제자매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도 그 중 하나일 거에요.
엊그제 꿈에 제가 아이들을 막 혼내는 꿈을 꿨어요.
첫째아이가 아주 큰 잘못을 저질렀고, 나머지 아이들이 그 일에 연관이 되어있어서,
첫째아이를 크게 혼을 내고, 나머지 아이들도 같이 혼나는 그런 꿈이 었어요.
아이들 혼내는 꿈은 잘 꾸지 않는데, 그런 꿈을 꾼 다음 날은
꼭 아이들을 혼내게 되는 일이 생기더라구요.
그래서 어제 아침에 일어나서 아이들에게 미리 경고를 했어요.
엄마가 너희들을 혼내는 꿈을 꿨으니 다들 조심하라고, 특히 첫째는 더욱 조심하라고 했어요.
그래서인지 어제는 아이들이 유난히 말을 더 잘 듣고, 수업도 잘 듣고 그러더라구요.
그렇게 조용히 하루가 지나가나 싶었는데...
결국 저녁먹고 가족공부를 끝내고 난 후 일이 터졌어요.
첫째가 저한테 넌센스퀴즈를 하나 냈는데, 제가 생각하고 대답할 시간도 없이
바로 셋째가 답을 말한거에요.
처음엔 제가 그 답을 못들었고, 첫째가 셋째에게 조용히 있으라고 했는데,
제가 질문이 뭐였냐고 다시 물어보니, 셋째가 또 바로 답을 말해버렸어요.
그 전까지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는데,
첫째가 화가 나서 셋째에게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왜 자꾸 말하냐고 따지고,
셋째는 어차피 내가 답을 말해도 엄마는 이해 못해서 무슨 말인지 모른다고 하면서 대들고
또 그 말이 첫째의 화를 더 돋구고, 첫째가 "너는 스포일 좀 하지마라, 너가 무슨 영화에 대해서
스포일하면 나는 그 영화 안보고 싶다..." 그러면서 막 뭐라하고,
셋째는 그냥 미안하다고 하면 될걸, "나는 누가 내가 안본 영화에 대해 스포일 해줘도 괜찮아..."이러고
첫째가 너무 화가 나서 "그래서 모두 널 싫어하는 거야!"라고 말해버린거에요.
셋째를 보니 고개를 푹 숙이고는 얼굴이 벌개져서 눈물을 참고 있는게 보이더라구요.
그래서 일단 처음부터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답을 말해버린 셋째를 혼냈어요.
"그런 네가 잘못한 거고, 너가 잘못했으면 그냥 미안하다고 말하면된다. 괜히 변명같은 거 하지마라"
그리고 못된 말을 한 첫째를 혼냈어요.
아무리 잘못을 했어도 어떻게 동생에게 그런 말을 하냐... 너는 그럼 동생을 싫어하냐 했더니
그건 아니래요.
그럼 넌 동생을 사랑하냐... 물었더니 사랑한다고 하더라구요.
사랑한다고 말한 적이 있냐... 물었더니 있긴 있는데 기억이 안난대요.
그럼 너가 셋째를 사랑하는지 셋째가 어떻게 알겠냐고 했더니, 자기는 행동으로 보여줬다는 거에요.
그리고 여러가지 말이 오가고, 아무리 동생이 잘못을 했더라도 모두가 널 싫어한다는 그런 말은
하면 안된다고 했어요.
그 "모두"에는 그 말을 한 너도 포함되는 것이고, 그 말은 너도 셋째를 싫어한다는 뜻이된다고...
나는 그 "모두"에 포함시키지마라, 나는 셋째를 사랑한다...
그러면서 "첫째, 셋째만이 아니고 너희 모두 잘들어!"를 시작으로 장장 30분 이상 동안
잔소리와 훈계를 하게되었어요.
그 시간 동안 혼나던 아이들도 그동안 자기들이 했던 행동들이 생각이 났던지 눈시울이 붉어지고
나중에는 눈물을 뚝뚝 흘리더라구요.
훈계를 하던 저도 서로에게 못된 말을 하던 아이들의 모습에 맘이 아파 눈물이 나더라구요.
내가 아이들을 잘못 키우고 있는 건가... 뭐가 잘못된건가...
결국 남편이 나서서 마무리를 지었어요.
모두 일렬로 세우고, 첫째부터 순서대로 서로 얼굴을 보고 동생들에게 오늘 무엇을 잘했는지 하나씩 칭찬하고
칭찬하고 난 다음 사랑해 라고 말하면서 안아주기를 시켰어요.
처음엔 울먹이며 하던 아이들이 서로 칭찬하고 칭찬받는 일이 쑥쓰러웠는지 웃음을 터트리더라구요.
생각해보니 저와 남편과 아이들은 서로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하는데,
아이들끼리는 사랑한다는 말을 잘 안하더라구요.
사랑은 말과 행동이 같이 합쳐져야 잘 표현이 되고 상대방이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매일 밤 자기 전에 서로 칭찬하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안아주기를 계속 해야겠어요.
그 날밤, 아이들이 모두 자러 들어가고, 첫째가 면역학 시험리뷰하는 걸 도와달라고 해서 도와주고 있었는데
갑자기 첫째가 "엄마, 웃기는 게 뭔지 알아?" 하더라구요.
그래서 뭐가 웃기냐고 했더니,
"엄마 꿈! 내가 오늘 하루종일 그런 일 안 일어나게 하려고 엄청 노력했는데, 결국 내가 그랬어..."
그러면서 눈시울이 붉어지더라구요. 자기가 잘못한 건 알긴 아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