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음식 만들다가 불쇼
쇠고기 무국을 끓이다가 갑자기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네요.
2년 전쯤 일이에요.
매년 시어머님이 미국에 오셔서 2-3개월 정도 지내다 가시는데,
그 기간에 시아버님 제사가 있어서 여기서 제사를 지내거든요.
코팅냄비만 사용하다가 스테인레스 냄비로 바꿔 사용한지 얼마안되어 제사음식을 준비하게 되었는데,
스테인레스 냄비를 코팅냄비 사용하듯 그렇게 쓰면 되는 줄 알았어요.
쇠고기 무국을 끓여야 해서 먼저 무 썰고, 쇠고기도 썰어 놓고, 재료를 다 준비하고 나서
냄비를 달구고 참기름을 부었어요.
손을 뻗어 옆에 놔둔 무 그릇을 잡는 그 잠깐 사이에 냄비에 불이 붙어서
불쇼하는 것처럼 불이 화악~! 하고 올라온 거에요.
속으로 어!!! 어떻게 하지?! 잠깐 당황했는데 (이런 상황에 절대로 물을 부으면 안돼요. 저 아는 사람이 후라이팬에 불이 붙었는데, 불을 끈다고 물을 부어가지고 기름에 붙은 불이 꺼지지는 않고 더 퍼져서 부엌을 홀랑 태워먹었다는 얘기를 들었었어요.) 들고있던 무를 냄비에 넣고 쇠고기 썰어넣은 것도 넣었더니 불이 사그러 들더라구요.
고기와 무를 볶으면서 옆에서 도라지를 다듬고 계시던 시어머님을 슬쩍봤는데 하나도 안놀라신 것 같더라구요.
나중에 제사를 다 지내고 다 같이 식사를 하는데, 왠걸... 무국에서 불맛이 나는 거에요.
남편이 "자기야, 무국에서 불맛이 난다." 그러길래, 아까 무국끓이다가 의도치 않게 불쇼를 하게된 얘기를 했어요.
그러면서 "근데, 불이 그렇게 확~ 올라왔는데, 어머님은 놀라지도 않고 엄청 담담하시던데요~" 했더니,
어머님께서 "아~ 난 원래 그렇게 하는 건줄 알고 가만히 있었지." 그러셔서 한참을 웃었네요.
그 후로는 쇠고기 무국을 끓일때면 그때 불쇼가 생각이 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