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 생활

이틀동안 같은 호텔에서 레이오버하던 날

망고 & 파파야 2025. 1. 13. 02:00

지난 달 4일동안의 비행스케쥴 중에 이틀을 같은 호텔에서 레이오버하게 되었던 날이있었다.
첫날 A도시의 호텔에서 레이오버를 하고, 둘째 날 A도시에서 B도시로 비행을 갔다가 다시 A도시로 돌아와 같은 호텔에서 레이오버하는 스케쥴이었다.
첫날 레이오버를 하고 둘째날 아침에 공항으로 가는 셔틀을 기다리며 호텔로비에 있었는데, 기장님이 오고 잠시 후 부기장님이 왔다.
부기장님이 기장님한테 "우리 오늘도 이 호텔에 묶는거 맞죠?" 하고 물으니, 기장님이 그렇다고 대답하자 부기장님이 "그래서 나는 가방을 내 방에 놓고 왔어요. 어차피 내가 자던 방에 다시 돌아올거니까." 그 말을 들은 나는 속으로 "헉!" 하며 예전 기억이 떠올랐고, 기장님은 "좀 위험한데..."하고 말을 했다. 하지만 부기장은 전혀 괘념치않고 "괜찮아. 꼭 다시 올거라고 100% 확신해!"라고 했다.
 
내가 승무원으로 일한지 얼마 안되었을때, 이번과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달라스에서 같은 호텔에서 이틀을 레이오버하게 되는 스케쥴이었는데, 첫날 레이오버하고, 둘째날 비행을 가기 위해 체크아웃을 하러 프론트에 갔더니, 프론트직원이 "오늘 여기 다시오면 너가 썼던 그 방을 또 쓸래?"하고 물어봤다. 그래서 그렇게 해달라고 하니, 그럼 방 키는 그냥 가지고 가라고 했다.
하지만, 그 날 달라스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문제가 생겨서 계속 딜레이 되다가 결국 캔슬이 되었고, 달라스가 아닌 다른 곳에서 레이오버하게 된 적이 있었다.
 
아무튼, A도시에서 B도시로 가는 비행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B도시에서 비행기 보딩까지 아무 문제가 없는 듯 했는데, 승객들이 전부 탑승한 상황에 기장님이 비행기 연료탱크에 연료가 공급이 되고 있지 않다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중이니 잠시만 기다려 달라는 방송을 했다. 메케닉들이 왔다갔다 하는게 보이고, 파일럿들과 이야기를 나누는게 보이고, 한 시간이 넘게 그러고 있었다.
승무원들끼리 이러다가 비행캔슬될 수도 있겠다 그랬는데, 한 승무원이 "근데, 부기장이 가방을 호텔방에 놓고왔어. 만약 비행캔슬되면 부기장 어떻게 하냐... 지금 엄청 신경쓰일걸... 어떻게 될지 모르니 비행갈때 꼭 가방을 전부 다 챙기고 다녀야해" 했다.
우리끼리 "맞아 맞아"하면서, 각자 경험들을 얘기하는데, 다른 승무원이 예전에 자기랑 같이 비행했던 승무원이 그런 일을 겪었다고 했다. 그 승무원도 같은 호텔에 레이오버할 거라서 작은 가방만 들고 캐리온 가방은 호텔방에 두고왔는데, 그 날 비행갔던 다른 도시에서 그 곳으로 돌아오는 비행이 캔슬되는 바람에 그 호텔로 돌아갈 수 가 없었다고 했다.
발을 동동 구르다가 호텔에 전화해서 사정을 설명하고 자기 가방 버리지 말라고, 나중에 가방 찾으러 가겠다며 가방을 잘 보관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했다.  그리고 비행스케줄이 끝나는날까지 사용해야할 세면도구며 갈아입을 속옷이 없어서 다른 도시에서 새로 다시 사야했고, 비행스케줄이 끝나고 데이오프에 다시 비행기를 타고 그 도시의 호텔로 가서 가방을 찾아와야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마 지금 이 비행기에 있는 사람들 중 부기장이 제일 비행이 캔슬되지 않길 바라는 사람일거라고 했다.
다행히, 문제가 해결되어 비행기에 연료공급이 되고, 한 시간 좀 넘게 딜레이 되기는 했지만 다시 A도시로 돌아올수 있었다.
비행기에서 내리면서 부기장이 "나 완전 긴장했었어~!"해서 우리 모두 "그럴거라고 생각했어"하며 웃었다.

비행이라는 것이 변수가 많은 일이라 계획했던대로, 스케쥴대로 되지 않을 경우가 많다.
출발지에서 제시간에 출발하고 제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하면 그 날은 감사한 날이다.
비행기가 제시간에 뜨고 내려도 비행기 안에서 보딩하는 동안 또는 바행하는 동안 여러가지 알이 생기기도 한다. 응급환자가 발생할 수도 있고, 승객들끼리 싸움이 나기도하는 등등 크고 작은 일들이 발생한다.
보딩도 순조롭게, 비행하는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않고, 터뷸런스도 없고, 이륙하기 바로 전이나 랜딩하기 바로 전에 화장실 가야한다며 일어나는 승객도 없는 날은 정말 평화로운 날이다.
그래서 언제나 무난하고 안전하고 평화로운 비행이 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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