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윈 의상 - 너의 컨셉은 뭐니?
작년에 있었던 일이에요.
할로윈 몇 개월 전부터 첫째아이가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인터넷으로 한복을 주문하겠다고 그러더라구요.
할로윈때 입을거라면서요.
매일 입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할로윈때 한 번 입고 말거면
비싸게 주고 사는게 너무 아깝다, 차라리 내가 만들어주마 했어요.
속으로는 멋진 엄마표 한복을 만들어주마 다짐을 하면서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죠.
먼저 철릭을 찾아봤어요.
드라마에서 볼땐 만들기 간단할 줄 알았는데
막상 검색한 사진에서 자세히 보니 별로 간단할 것 같지 않더라구요.
이왕 약속한 거, 제대로 만들어줘야지 싶어서
철릭 치수를 재고, 패턴 만드는 법을 찾아봤는데...
아무리 아무리 찾아도 치수 재고, 패턴 만들고 재단하고 재봉하는 법을
찾기가 힘들더라구요.
한국에 있었으면 책이라도 사서 읽고 만들겠지만
여기서는 한복만드는 책을 구하기도 힘들고...
그래서 도포 만들기를 찾아봤어요.
블로그며 유튜브며 검색하고 검색하고 또 검색하고...
시간은 계속흐르고... 할로윈은 얼마남지 않고... 아이는 "엄마, 만들고 있어?" 하고 계속 묻고...
결국 할로윈 일주일 전에 유튜브에서 조그만 인형에 도포만들어서 입히는 영상과
어떤 분이 홑겹으로 도포만들어 블로그에 올린 글을 수십 번보고 읽고나서,
대충 치수재고, 패턴 그리고, 재단하고 도포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한 번 입고 말 할로윈 의상에 새로 천을 사다가 만들기가 좀 그래서
집에 남아도는 천으로 만들려고 했는데,
까만 천밖에 없더라구요.
까만 천으로 도포를 만들면 저승사자가 될것 같아서,
남는 침대시트로 만들었어요. 예쁘게 만들어 주고 싶었으니까요.
검색하는데 시간을 다 보내고 촉박하게 만들어서
정말 대충 만들 수 밖에 없었고, 가슴띠도 못만들었어요.
아이는 계속 옆에서 "엄마, 진짜 할로윈까지 다 만들 수는 있는거야?" 하고,
집 안일도 해야하고, 짬나는 시간에 만들다보니 마음은 다급해지고...
다행히 할로윈 당일에 아이가 친구들 만나러 나가는 시간에 맞춰
도포가 완성되기는 했는데... 동정도 못 달고...
만든 제가 봐도 너무 엉망인거에요.
첫째아이에게 입어보라고 했는데...
천이 무거워서 그런지 축축 처지고... 라인도 안살고...
"아유... 미안해서 어째... 엄마가 예쁘게 만들어 줄려고 했는데.... 그랬더니"
"아니야, 엄마. 괜찮아. 생각보다 잘 만들었네. 고마워요."하며 웃으면서 얘기해주는 거에요.
부랴부랴 친구들 만나서 Trick or Treat 하는 곳까지 데려다주고 집에 왔는데...
나중에 집에 돌아온 아이가 막 웃으면서
"엄마, 친구들이 이 옷보고 뭐라고 했는지 알아?
어떤 애는 'Are you Jesus?' 라고 묻고,
어떤 애는 나보고 제다이냐고 물어봐 ㅋㅋㅋ"
그러고 보니 축축 처지는 도포를 입은 모양새가 그렇게 보이기도 하더라구요.
아들~~~ 엄마가 똥손이라서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