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을 보다가 국민 참여 재판에 관한 얘기가 나오는 걸 듣고
10년 전쯤 일이 생각이 났어요.
어느 날 제 이름으로 된 우편물이 왔는데, Jury service를 하라는 우편물이었어요.
일단 미국에는 배심원 제도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고, 배심원이 무작위로 선출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저에게도 그런 배심원 참석 용지가 올 줄을 몰랐죠.
용지를 자세히 살펴보니, 뭘 표시하고 다시 반송해야되는 것 같던데,
"나는 배심원을 하기에 합당하지 않습니다" 라는 항목아래 여러 이유가 나열되어있고
해당하는 곳에 표시를 하게 되어있더라구요.
읽어보니 <나는 시민권자가 아닙니다>라는 항목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시민권자가 아닌 사람은 배심원을 할 수가 없구나 하고 그때 알았어요.
그 당시 신분은 학생의 배우자 신분(F4 visa)이었기 때문에
<나는 시민권자가 아닙니다>에 표시를 하고 우편물을 다시 반송을 했어요.
그 후 일년정도 지났나... 배심원 참석 용지가 또 제 이름으로 왔더라구요.
그래서 다시 <나는 시민권자가 아닙니다>에 표시를 하고 반송을 했어요.
아파트 우편함에 우편물이 아래쪽을 향하게 꽂아놓으면 우체부가 가져가게 되어있었는데,
어느 날 우편함을 체크하다가 바닥을 보니 엽서같은게 하나 떨어져있었는데,
집어서 보니... 헉! 반송된 줄 알았던 배심원용지였어요.
배심원 용지를 받고 아무런 연락도 없이 참석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들었거든요.
배심원 참석 날짜를 보니 우편물을 다시 반송시키기에는 너무 빠듯하더라구요.
그래서 일단 참석하기로 했어요.
남편이 법원까지 데려다주고 다 끝나서 연락하면 데리러 오기로 했죠.
법원을 들어서니 공항에서 검색하듯 핸드폰, 가방을 검색하고 메탈디텍터를 통과했어요.
배심원 참석 용지를 들고 경비에게 물어보니 엘리베이터를 타고 어디로 가라고 알려주더라구요.
그 곳에 가서 또 직원에게 물어보니 어느 방으로 안내를 해주더군요.
제 기억에 핸드폰은 모두 수거해갔던것 같아요.
좀 앉아서 기다리니 어떤 직원이 와서 무슨 법률용어였던 것 같은데 기억이 안나네요...
암튼 무슨 법률용어를 말하며 그걸 해야하니 시간이 좀 걸린다고 편안하게 기다리라고
그 방안에 있던 사람들에게 얘길하더군요.
어떤 사람은 책을 가지고와서 읽으면서 기다리고, 어떤 사람은 앉아서 졸고,
저는 잔뜩 긴장을 해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없고 어찌나 조용하던지... 분위기가 좀 무겁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한 시간 정도 기다렸나... 이름이 호명된 사람들이 하나 둘 일어나서 그 방을 나갔어요.
제 이름도 불려서 따라 갔더니 법정이더군요. 아주 작은 법정이었어요.
좀 앉아있으니 정장을 입은 남자와 여자가 들어왔는데 변호사들인 것 같았어요.
잠시 후 재판관님이 들어왔고,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보던... 재판관이 들어왔을 때 사람들
모두 일어섰다가 다시 자리에 앉는 그런 것도 해보고...
그 와중에도 긴장은 되고 머리 속에서는 계속 "나는 시민권자가 아니라 배심원 못한다고 어떻게 얘기하지...?" 생각하고 있었어요.
양측 변호사가 오늘 사건에 대해 서로의 입장에 대해 간략하게 얘기를 하고,
재판관님이 뭐라 얘기한 후 배심원 참석을 위해 와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고,
"자신이 오늘 배심원이 되기에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손을 들어주세요." 했어요.
얼른 손을 들었죠. 저 말고도 손을 든 사람들이 꽤 되더라구요.
그 사람들은 무슨 사연으로 손을 들었는지 궁금했어요.
재판관이 "왜 자신이 배심원이 되기에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하는지 한 사람씩 말씀해보세요" 하더라구요.
정말 갖가지 이유가 다 나오더라구요. 대부분은 재판관이 들어보고 그런 건 이유가 되지 않는다며 기각을 하더군요. 그 중 하나는 기억나는게 어떤 나이든 여자분이었는데,
"나는 하나님을 믿고, 하나님 말씀 중에 죄가 있는 자는 다른 사람을 심판하면 안된다고 했고, 우리 모두는 하나님 앞에 죄인이기 때문에 나는 다른 사람을 심판할 수가 없다"라고 했어요. 그러자 재판관님이 "나는 당신에게 다른 사람을 심판하라고 하는게 아니다."라며 몇마디 더하면서 조리있게 그 여자분 말씀을 반박했고, 그 여자분이 "하지만..."이라고 말을 더 했지만 결국에 배심원에 합당치 않은 이유가 기각이 되어서 그 여자분은 배심원을 하게 되었어요.
제가 얘기할 차례가 와서 "나는 시민권자가 아니라 배심원자격에 합당치 않습니다"라고 하니, 재판관이 "음......"하더니, 혹시 시민권자가 아니라도 배심원을 할 수 있는지 법률을 찾아보고 알려준다고 했어요.
잠시 후, "법률을 검토해 본 결과, 시민권자가 아닌 사람은 배심원 자격이 되지않는다는 조항을 찾았기 때문에, 당신은 배심원으로 자격이 합당하지 않습니다. 집으로 돌아가셔도 좋습니다."라는 말을 들었어요.
법정을 나와서 인포데스크같은 곳으로 가서 얘기를 하니, 생각지도 못했는데, 시간을 계산해서 돈을 주더라구요. 10 몇 불 받았던 것 같아요.
배심원 참석 용지를 받으면 참석치 못할 합당한 이유가 없을 경우에는 반드시 참석을 해야하고, 배심원 참석하러 가는 건 직장에서도 뭐라고 못한다고 하더라구요.
그것때문에 일하러 못온다고 직장에서 불이익을 줄 수도 없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배심원이 되면 사건에 따라서 한 번만 법정에 가면 되는 경우도 있고, 좀 복잡한 사건의 배심원이 되면 그 재판이 종결될때까지 참석을 해야한다고 하더라구요.
많이 긴장했지만 좋은 경험이었어요.
드라마 보다가 갑자기 옛날 일이 생각이 나서 주저리주러리 적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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