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둘째 날 >
둘째 날은 하루 종일 배가 항해하는 날이어서 배 안에서만 머무르게 되었다.
평소하는 루틴대로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배에 있는 피트니스 센터로 갔다. 피트니스 센터는 스파를 가로질러 가야했는데, 락커룸을 지나서 가야하니 여자들은 여자 락커룸쪽으로, 남자들은 남자 락커룸을 지나서 가면된다.
습식 사우나와 건식 사우나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피트니스 센터는 Deck 11 배 앞머리쪽에 있었는데 밴치 프레스 종류는 제외하고 왠만한 기구는 다 있었다. 중앙쪽에는 벽이 유리와 거울로 된 요가와 스트레칭을 할 수 있는 룸이 따로 있었고 천정도 유리로 되어있어 스트레칭하다가 위쪽을 보니 하늘이 보였다. 뭔가 힐링되는 느낌이랄까...
운동 후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다 같이 아침을 먹으러 갔다. 아침, 점심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은 뷔페식당과, 타코와 부리또를 먹을 수있는 Blue Iguana, 햄버거를 먹을 수 있는 Guy's Burger, 샌드위치 종류를 먹을 수 있는 Deli, 그리고 피자를 먹을 수있는 Pirate's Pizza 가 있었다. 모두 다 같은 층에 있어서 음식을 들고 빈자리가 있으면 아무 곳에나 앉아서 식사를 하면 된다.
그리고 아이스크림은 11시부터 무제한 제공된다.
아침식사 후에는 어쩌다 보니 다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큰 애들 넷은 피클볼하러간다며 가버리고, 남편, 나, 다섯째, 막내만 남아서 돌아다니다보니 큰 애들이 피클볼 하는 곳까지 가게 되었다. 남편은 큰 아이들과 같이 논다고 합류하고, 다섯째 딸아이는 키즈클럽에 가기 싫다고 해서 막내만 키즈클럽에 보내고, 딸과 같이 방에 돌아가서 좀 쉬다가 미니골프도 하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전 날 잠깐 들렀었던 도서관에 가서 300피스짜리 퍼즐을 맞추기도 했다.



아침식사 후 딸 아이와 방에 갔을 때 칩대가 정돈되어 있었다. 첫 날 캐빈 크루들이 방마다 돌아다니며 방정리 서비스를 언제 원하는지 알아보고 있었는데, 아침 9시쯤에 서비스를 원하다고 얘기를 했더니, 오~ 저렇게 해 주셨네~
점심시간 쯤에 키즈클럽에서 막내를 픽업하고 점심을 먹으려고 여기저기 애들과 남편은 찾으러 돌아다녔는데 보이지가 않아서 일단 부페식당으로 갔다. 한쪽 식탁에 자리를 잡고나서 식당을 한바퀴 돌다보니 남편과 큰 애들이 전망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게 보였다.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 앉아서 밥을 먹으며 크루즈 오길 정말 잘했다며 얘기했다.
점심으로 남편은 타코를 먹고 딸아이는 Guy's burger에서 햄버거를 가지고 왔는데, 생각보다 맛이 있었다.

타코 또띠야도 직접 구워만들어주는 거라 그냥 마트에서 사먹는 또띠야로 만든 타코보다 훨씬 신선하고 맛이 있었다.

점심을 먹다가 창밖을 보니 하늘이 점점 어두워진다 싶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제발 내일은 날씨가 맑았으면...

셋째와 넷째가 틴 클럽에 간다고 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내가 필요하다고 했다. 왜냐고 물으니 나이때문에 셋째와 넷째가 속한 클럽이 다른데, 넷째가 셋째가 있는 클럽에 같이 있으려면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애들과 같이 가서 클럽 코디네이터와 얘기를 했다. 부모가 동의를 하면 넷째가 셋째가 속한 클럽에 들어갈 수는 있지만 안좋은 행동을 하면 클럽에서 쫓겨난다고 했다. 그리고 틴에이저들은 밤에 통금시간이 있는데 그 시간 넘어서 어른들 없이 혼자 돌아다니는 게 발견되면 부모들이 벌금을 700불을 내야한다고 했다.
아무튼 이렇게 해서 점심을 먹고 또 다들 흩어졌다. 5시까지는 방으로 돌아와야한다고 단단히 일러 두었다.
딸아이와 나는 300피스 퍼즐을 다 못맞춰서 다시 맞추러 간다고 도서관에 갔는데, 퍼즐 피스를 꺼내자 마자 3층 로비에서 무슨 행사를 하는 듯 막 신나는 음악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도서관이 4층이라 난간에서 내려다보니 무슨 춤을 가르쳐준다고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있었다. 재미있을 것 같아 딸아이를 설득해서 같이 참여했다. 처음에는 춤 안춘다고 하던 애가 나중엔 묶었던 머리까지 풀어헤치고 열심히 머리를 흔들며 춤을 추고 있었다. ㅋㅋㅋ
저녁식사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크루즈 앱에서 미리 체크인하고 테이블이 준비되었다고 하니 식당으로 갔다. Elegant Night인가 뭔가 해서 사람들이 다 옷을 차려입고 사진사들이 사진찍어주는 포토부스에서 사진을 찍고, 식사를 하러 가고 했다. 다들 이 날을 위해 준비한 듯 포멀드레스에 머리와 화장을 풀세트로 하고 사진을 찍는 가족들, 연인들이 있었다. 나중에 사진들이 나온 것을 보니 돈주고 사기에 아깝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사들이 사진을 그렇게 못찍을 수도 없겠다 싶은게... 뭐라 할 말이...



저녁 식사 후 셋째와 넷째는 틴 클럽에 게임하러 가버리고 딸은 키즈클럽에 가고 싶다고 해서 보내고, 첫째, 둘째, 막내는 당구를 친다며 가버리고, 나와 남편은 뭘 할까하다가 스탠드 업 코메디쇼를 보러갔다. 막 재미있지는 않았는데 좀 웃긴 얘기도 있었다.
코메디하시는 분 할머니가 상당히 재치있고 재미있는 분이라며 할머니 얘기를 해주었다. 어느 날은 할머니 댁에 놀러갔다가 할머니와 장난하며 거실바닥에서 레슬링 비슷하게 엎치락 뒤치락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할머니가 입에서 틀니를 꺼내 자기 엉덩이를 물었다고 해서 다들 배꼽을 잡고 웃었다.
코메디쇼를 보고난 후 댄스쇼도 보러갔는데, 그것도 재미있었다.

키즈클럽에 맡긴 아이들은 늦어도 밤 10시까지는 픽업해야해서 피곤해하는 남편은 먼저 방으로 보내고, 딸아이를 데리러 키즈클럽으로 갔다. 크루즈에서 많이 먹은 만큼 많이 움직이려고 가능한 계단을 이용했다. 아이를 데리고 방으로 가다가 4층에 도착했을 때, "우리 아까 맞추다가 다 못맞춘 퍼즐맞추고 갈까? 오늘 다 못맞추면 내일 또 하면 되고..."했더니 딸아이 좋다고 했다.
한참 퍼즐을 맞추고 있는데 중학생~고등학교 저학년쯤 되어보이는 아이들이 도서관으로 들어와 구석자리 앉아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귀에 거슬리는 단어! "칭챙총 어쩌고 저쩌고 칭챙총" 이러면서 낄낄거렸다. 퍼즐을 맞추다 말고 옆으로 살짝 돌아보니 흑인아이들 5명이 앉아 있었다. 신경쓰지말자... 이러고 계속 퍼즐을 하고 있었는데, 또 칭챙총하면서 낄낄대길래 약간 인상을 찌푸리며 쳐다보니 조용히 하다가 내가 아무말없이 퍼즐을 맞추고 있으니 영어를 못한다고 생각했는지 자기네끼리 또 칭챙총이 어쩌고 이러면서 키득대고 있었다. 듣다못해 아이들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얘기했다. "너네 지금 우리 얘기하고 있는 거야? 참고로, 우리는 중국사람 아니고, 한국 사람이야. 그리고 너네가 말하는 그 칭챙총이란 말이 상당히 거슬려. 너희들 칭챙총이 무슨 말인지 알고나 쓰고 있어? 만약에 어떤 사람이 너희들한테 N word를 사용하면 너희들은 기분이 어떻겠니? 그거랑 똑같은 거야. 제발 무슨 말을 할때 주변사람들도 신경써줬으면 해." 나는 최대한 점잖고 조용하게 얘기하려고 했는데, 우리 애들이 잘못했을 때 혼내던 딱딱한 말투가 습관이 되었는지, 상당히 딱딱하게 말을 하게 되었다. 그러자 칭챙총 거리던 남자애와 같이 낄낄대던 여자애들이 밖으로 나가버리고, 나머지 두 명이 "어떻게 사과도 안하고 나가버려~ "이러면서 자기네들이 대신 사과한다며 미안하다고 했다. 좀 있으니 밖으로 나가버렸던 애들 중 여자애 한 명이 도서관 문을 열더니 "미안해요. 아까 그 애가 사과한대요. ( 그 남자애들 보며) 야! 너 빨리 와서 사과해"했는데, 그 남자애가 자기가 언제 사과한다고 했냐며 거부하자 "너가 실수했으면 사과를 해야지!"하며 자기네들 끼리 말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 애들 다투는 것도 지겨운데, 쟤네들 싸우는 소리까지 들어야하나 싶으니 머리가 아팠다. 그래서 알았으니까 제발 싸우지말라고 했다.
암튼, 한바탕 소동이 지나가고, 1시간 반만에 딸아이와 드디어 모자란 피스 몇 개를 제외하고 300피스 퍼즐을 다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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