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출산과정을 아이들과 함께 할 계획이었지만,
새벽 시간에 아기를 낳아서 아이들을 깨우지 않았다.
아기가 괜찮은지 검사를 다 하고,
탯줄의 태맥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아기에게 첫 수유를 시도했다.
넷째가 만 두살이었는데, 그때까지도 모유수유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젖이 잘 나올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인체는 참 신비했다.
아기가 나오자 그 전날까지도 잘 나오던 모유가 나오지 않고
다시 초유를 만들기 시작했다.
아기에게 젖을 물렸는데, 아기 낳고 처음 모유수유를 할 때처럼
아프고 약간 노란빛의 초유가 조금씩 나오고 있었다.
아기도 나오느라 힘들었는지, 젖을 조금 빨다가 잠이 들고
볼을 살살 쓰다듬으니 다시 빨다가 잠이 들고...
그 모습이 얼마나 대견하고 귀여운지...
옆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 쳐다보니 넷째가 책가방을 메고 서있었다.
그 새벽에 엄마 맘마를 먹으려고 깨어서 잠이 덜 깬 와중에도
방에서 굴러다니던 책가방을 메고 거실로 나온 것이었다.
근데, 가방은 왜... ㅋㅋㅋ
내 옆에 서서 눈을 꿈벅꿈버하며 아기를 보고 있길래,
엄마 옆에 와도 된다고 했다.
피가 나온 걸 보고도 놀라지 않고 "엄마, 많이 아파...?" 하며
그 조그만 녀석이 걱정을 해줬다.
괜찮다고 하자 이제 관심이 아기한테로 갔는데,
아기를 만져보고 싶은데 망설이고 있어서
"아기 만져도 돼. 살살 만져봐." 했더니
아기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더니 날 쳐다보고 웃었다.
잠시 후 태맥이 사라지고, 남편이 탯줄을 잘랐다.
하지만 태반은 아직 꺼내지 않았고, 다시 태반이 저절로 나올 시간이 될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예전에 태반을 어떻게 꺼내는지 알아볼때
태반이 자궁 안에서 할 일을 다하면 다시 아기 낳을 때처럼 진통이 온다고 했다.
그때 아기 낳을 때처럼 힘을 주면서 탯줄을 살살 잡아당겨주면
태반이 나온다고 했다.
아기 낳고 시간이 좀 흘렀다.
다시 진통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태반이 나오려고 하는 모양이었다.
진통은 아기 낳을 때와 비슷한 강도의 진통이었다.
남편이 태반을 담을 큰 그릇을 가져와서
내 배를 살살 문질러 주며 내가 힘을 줄때에 맞춰서 탯줄을 살살 잡아당겼다.
몇 번 호흡을 맞춰 힘을 주고 당기고 했더니
정말 태반이 쉽게 나왔다.
남편이 이리 저리 태반을 검사했고, 아무 이상이 없었다.
남편은 아이들을 낳을 때 태반을 본 적이 있었지만,
나는 이번이 태반을 실물로 보는 것이 처음이었다.
신기했다.
태반에 있는 혈관의 모양들이 나무 한그루가 가지를 뻗어있는 모양과 비슷했다.
걱정했었는데, 아기도 잘 나오고, 태반도 무사히 잘 나왔다.
남편이 전부 다 뒷처리를 하고, 이제 한숨 자고 일어나자 했지만,
둘 다 처음 해 보는 경험에 설레어 잠을 잘 이루지는 못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아이들이 동생이 벌써 나왔나며,
자기들이 보지 못한걸 아쉬워했다.
남편은 이세상 모든 남편들은 아빠가 되기전에 산파 자격증을 따게 해야한다며
자기 아이를 자기 손으로 받아야 한다고,
아기를 병원에서 낳던, 조산원에서 낳던, 집에서 낳던,
아기는 아빠가 직접 받게 해야한다고 했다.
그 경험은 병원에서 의사가 받은 아기의 탯줄을 자르는 것과는
천지차이라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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