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부터 공항에만 가면 왠지 모르게 설레이고 어디 갈데도 없는데 왠지 어디론가 떠나야할 것 같았다.
승무원들을 보면서 한 번 지원해 볼까도 생각했지만, 외적으로 지원자격이 되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어서
승무원이 되는 건 진작에 포기했었다.
늦은 나이에 유학을 와서 결혼도 하고, 아이들도 낳고, 대학도 졸업하고...
영주권을 따고 난 후엔 부동산 자격증도 따고 부동산 일 외에 다른 아르바이트도 했지만...
거의 전업주부의 삶이 었다.
시어머니는 아이들이 크고 나면 너도 너하고 싶은 일하면서 신나게 살라고 하셨고,
남편도 계속 내가 뭘하고 싶은지, 하고 싶은 일은 없는지 계속 물어봤다.
내가 하고 싶다고만 하면 지원은 아끼지 않겠다며...
그런데 17년 동안을 거의 전업으로 살다보니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슨 일이 하고 싶은지 모르겠더라.
뭔가는 하고 싶은데 그게 무엇인지... 나도 내 일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뭘하면 좋을지...
어느 날을 남편이 승무원에 지원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했다.
아는 사람 중에 영어를 잘 못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인터뷰 합격하고 트레이닝에서 배우는 걸 달달 외워서
시험도 잘 보고 지금은 승무원으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자신이 없었고 (나이가 들 수록 겁만 많아졌다...), 남편이 항공사에 지원해 보라고 했을때,
정말 마지못해서 이력서를 넣었다.
그래도 기왕 지원하는 거 이력서는 최선을 다해서 작성했다.
리얼터로 일했던 경험, 타임쉐어 세일즈로 일했던 경험, 호텔 하우스키퍼로 파트타임 일했던 경험을 다 적었다.
기대는 안하고 있었는데, 비디오 인터뷰를 하라고 이메일이 왔다.
인터넷으로 비디오 인터뷰 예상 질문을 찾아 정리하고 내 상황에 맞게 답을 적었고 준비를 해서 비디오 인터뷰를 했다.
일주일쯤 지났나... 면접을 보러 오라는 이메일을 받았다. 어떨떨했다.
면접을 보러오라는 이메일을 보고 다 합격한 것마냥 남편이 더 기뻐했다.
면접보러 갈 때 입을 만한 옷이 없다며 새 옷도 사주고, 면접 전 날에는 인터넷으로 화장하는 법을 배우고 나한테 화장을 시켜주었다.
앵그리 버드 눈썹을 만들어놨는데, 내가 눈썹이 너무 진하다고 하니 면접에 강한 인상을 심어줘야한다며 나를 안심시켰다.
뭐... 면접 당일날에는 내가 화장을 해서 면접에 강한 인상을 심어주진 않았다.
면접을 보러 3시간을 차를 운전해서 갔다.
사람들이 많았고, 다들 꼭 인터뷰에 합격해서 여기서 일하겠노라...는 의지들이 강해보였다.
그동안 예상 인터뷰 질문들을 인터넷과 유튜브를 보면서 적어놓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내 상황에 맞춰 적고 연습을 했다.
인터뷰 본 사람들은 consideration room이라는 곳에서 인터뷰 결과를 기다렸는데, 열 몇명씩 이름이 불려 나갔다.
한 삼십분 정도 기다렸을까... 내 이름은 불리지 않았고, 아... 안됐나보다... 담담한 마음으로 포기를 하고 있었는데,
내 이름이 불렸다. 얼마나 기쁘던지...
바로 백그라운드 체크를 위해 핑커프린트를 하고 Drug Test도 하고, 남편에게 연락을 했다.
인터뷰에 합격했다고 하니 소리지르고 난리가 났다.
밤 9시 조금 넘어 집에 도착했더니, 합격을 축하한다며 꽃가루를 뿌리며, 축하공연으로 춤도 춰주며 온 가족이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나이 46세에 새로운 일에 도전하게 되었다.
설레인다...
잘 해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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